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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병원

병원소식

제목
전북도민일보 오피니언 [세상읽기 07.10.14>시론] 기사글입니다
작성자
신세계병원
작성일
2007-11-06
전북도민일보 [세상읽기]에 실린 신세계병원 김형준진료부장 칼럼입니다. 존엄사, 품위 있게 죽을 권리 뇌경색 후유증으로 사지마비 상태였던 김할아버지는 며칠 전부터 기력이 나빠져서 음식도 삼키질 못하고 코와 위장을 연결한 실리콘 관을 통해 음식을 섭취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약해진 구역반응으로 가래와 분비물을 뱉어 내지 못하게 되면서 폐렴까지 오게 되고 급기야 호흡수, 혈압 등 생명증후까지 불안정해져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 되었다. 다급한 간호사의 호출에 산소투여, 강심제 등 일련의 의학적 조치를 취했음에도 할아버지는 호전되지 않았고 그 순간 나는 임종이 임박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지만 기관 내 삽관, 심장마사지 등의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무의미하다고 느낀 연명치료를 중단해야 하는지 갈등을 하게 되었다. 서둘러 도착한 보호자들도 선택을 요구하는 나의 설명에도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하고 설왕설래하게 되었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는 한 보호자의 부탁에 기관 내 삽관 등의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으나 결국 한 시간 후 임종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처럼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없는 임종 환자의 치료를 언제, 어느 정도 까지 제공해야 하는가는 모든 의사들의 딜레마일 것이다. 의학 혹은 의사는 단 일분, 일초라도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대부분의 의사는 그렇게 교육받아 왔고 그런 신념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매일 죽음을 숙명처럼 만나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사실 죽어가는 환자들이 항상 두렵다. 죽음 앞에서 나는 언제나 패배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살아가면서 관계 맺고 만들어 온, 그 자신에게는 한 우주와 같은 무게였을 생명이 영원히 소멸되어지는 죽음. 그것을 무심히 지켜보는 것도 괴로울 진데 감히 내가 그것을 좌우할 결정을 수시로 내려야 한다니 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과연 나의 결정이 옳은 것인지, 실수는 없었는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혹시 나의 결정이 잘못 되어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닌지 등등 환자의 죽음을 볼 때마다 수많은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이런 나의 욕심 혹은 두려움이 지나친 의학적 조치를 실시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환자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자연의 섭리인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할 권리를 빼앗는 것은 아닌지, 이 또한 나를 항상 고민하게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얼마 전 희귀성 근육병의 합병증으로 폐렴이 와서 회복가능성이 거의 없는 식물인간 상태인 아들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어 사망케 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적이 있었다. 고통 속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살아가는 아들이 차라리 죽음을 통해 그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랐던 아버지의 뼈아픈 부정(父情)은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자극했지만 현행법상 자식을 죽인 살인자로서 처벌을 피해갈 수는 없다고 한다. 이처럼 말기암, 근육병 등 결국 사망할 수밖에 없는 질환을 가진 환자가 병세가 악화되었을 때 고통을 유발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인공호흡기, 기관 내 삽관, 인공투석 등)로 일시적인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는 경우를 우리는 존엄사라고 부르고 있다. 이것은 아직 죽음이 임박하지 않은 만성 불치병 환자(예를 들면 혈압 같은 생명증후가 안정적인 식물인간)를 약물 등을 사용하여 사망케 하는 적극적 안락사와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모두가 동의하듯이 인간은 존엄하고 모든 생명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원칙은 언제나 우리가 지켜야 할 진리일 것이다. 그러나 존엄사를 인정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죽음도 하나의 삶의 과정이며 고통이 따르는 인위적 조치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여 품위를 지켜주는 것이 오히려 인간존엄의 정신에 부합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투여되는 막대한 인적, 물적 의료자원을 회복 가능한 환자에게 투여하여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의학이 발달하고 사회가 변함에 따라 죽음에 대한 다양한 견해 차이와 논쟁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수용해야 하며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그 죽음을 좀 더 편하게 맞이하고 싶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품위 있게 죽을 권리로써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신세계병원 정신과 전문의 김형준> 2007-10-14 20: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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