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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소식

제목
전북도민일보 오피니언 [세상읽기 07.12.5>시론 김형준부장] 기사글입니다
작성자
신세계병원
작성일
2008-01-17
기억은 사라져도 사랑은 영원히 기사등록 : 2007-12-05 19:00:18 항상 토요일이면 노인 병동에 입원해 계신 부인을 찾아 면회 오시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언제나 바나나우유 같은 할머니가 평소 좋아하시던 군것질꺼리를 검정 봉투에 한 아름 담아 오시는데 진료실에도 빠짐없이 들려 책상위에 우유 한 개를 올려놓고 가신 곤 한다. 할머니 잘 봐달라는 말씀을 빼먹지 않으시면서 말이다. 할아버지의 이 작은 '촌지'는 사실 나에겐 엄청난 심리적 부담이 되곤 한다. 왜냐하면 입원중인 할머니께서는 남편인 할아버지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중증 치매환자이기 때문이다. 남편을 알아보는 날에는 남편 따라 집에 가겠다고 울며 매달리고 남편을 못 알아보는 날에는 반가운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누니 할머니를 혼자 병원에 두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할아버지의 걸음은 언제나 무거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치매라는 병은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이처럼 가족하게도 고통을 주는 심각한 가족병 중에 하나이다. 의학과 경제수준의 발달에 따라 평균수명이 늘어남으로서 한국사회도 고령화 사회에 이미 들어섰다고 한다. 특히 전라북도는 14.1%가 65세 이상 노인 인구로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 분류된다고 한다. 이렇듯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각종 노인성 질환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고 이런 노인성 질환을 다루는 전문 의료기관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알쯔하이머형(노인성) 치매는 발병 후 장기간의 투병이 필요한 점, 증상의 심각성으로 가족의 고통을 수반하다는 점, 또한 의학적 도움뿐만 아니라 간병 등의 부가적 비용의 필요성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의 문제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노인성 질환 중에 하나이다. 치매는 기억력 장애 같은 초기 증상에서부터 시작하여 장소, 사람, 시간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남력 장애 등의 인지증상으로 진행한다. 또한 남을 의심하는 망상증상, 거친 행동과 말을 하는 행동증상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이다가 급기야 스스로 대·소변 처리도 못하게 되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되는 만성 퇴행성 질환이다. 그러나 할머니의 예처럼 가끔씩 기억이 돌아오면서 정상처럼 보일 때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모습 때문에 가족들은 환자의 회복을 믿거나 혹은 환자가 치매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많은 치매 환자들이 초기에는 이런 기억장애나 실인증(사람을 못 알아봄)이 항상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잠깐씩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일시적 건망증이나 착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반적인 건망증의 경우 친밀한사람을 못 알아보거나 하는 경우까지 나타나지는 않는다. 일시적 건망증은 부분적인 기억장애로 일정한 힌트를 주면 바로 기억이 가능하고 실인증같은 치매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치매환자들은 기억장애가 나타나면 자신의 결함을 숨기기 위한 그럴듯한 말로 둘러대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작화증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아침식사 메뉴를 묻는 간단한 기억력 검사에서 건망증의 경우 기억이 나지 않으면 끝까지 기억을 하려고 애쓰고 작은 힌트에 쉽게 대답하나 치매의 경우는 기억이 나지 않으면 대충 다른 음식을 말하면서 넘어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치매의 또 한 가지 문제점은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도 고통이 수반된다는 점이다. 돌보는 가족은 대부분 우울감, 수치감, 죄책감,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음 등의 고통을 받게 된다. 이런 문제는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불면증, 두통,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일으키고 사회활동을 위축시켜 결국 우울증과 가족 내 갈등을 촉발시키게 된다. 그래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도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보호자는 정기적으로 여가시간을 가져야 하며 가족 구성원간의 역할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치매환자의 가족자조모임이나 다른 전문기관 및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앞에서 예를 들은 할머니에게서 흥미로운 사실은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물어보면 남편이라고 답하지 못하면서도 할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는 마치 남편에게 하듯이 행동한다는 점이다. 기억은 사라져도 남편을 대하는 감정과 태도는 남아있는 것이다. 전문적인 의사의 약이나 어떤 처치보다도 애틋한 할아버지의 정성과 사랑이 할머니를 위한 진전한 치료제임을 다시 한번 깨달게 된다. 김형준<신세계병원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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